강해
아담과 이브는 아프리카 출신
김태정 목사약 4분 분량
신동호의 발견의 즐거움
나는 내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퍼뜩 놀라게 된다. 그래서 조금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겨도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샘솟곤 한다.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 조부, 증조부, 고조부… 이런 식으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 결국 최초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대가 끊이지 않고 자식을 낳아 잘 키웠다는 것을 뜻한다.
과학자들은 인류 최초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가 약 15∼20만 년 전에 태어났다고 하니까 나는 아담과 이브의 10,000대 후손에 해당한다. 결국 20,000명이나 되는 직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는 것이니 이 분들을 모두 초청하면 아마 야구장을 빌려도 모자랄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인류사의 99%를 석기 시대 사람으로 살았다. 이 기간 동안 태어난 아기가 짐승에게 잡아먹히거나 전염병으로 죽지 않고 성년인 20세까지 살 확률은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내가 지금 이 순간 존재할 수 있는 확률은 0.5를 계속해서 10,000번 곱해야 나온다. 이 숫자는 아마 사막에서 모래 한 알을 찾는 확률보다 낮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10,000세대 가운데 처음으로 아담 할아버지와 이브 할머니가 누구였는지를 알게 된 최초의 세대이다. 우리는 정말 행운아인 셈이다.
모든 현대 여성이 15만∼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성으로부터 기원했다는 이론을 흔히 ‘아프리카 기원론’ 또는 ‘이브 가설’이라고 한다. 이 학설은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분자생물학자인 앨런 윌슨 박사가 다양한 인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1987년에 내놓아 ‘다지역 기원론’을 믿어왔던 인류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도대체 어떻게 DNA만 가지고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그 비밀은 미토콘드리아 DNA에 있다. 사람 세포는 핵 속에 인체의 설계도를 담은 DNA를 갖고 있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 내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는 1만6천500개의 염기로 구성된 자신만의 DNA를 갖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핵 속의 DNA와 달리 어머니에서 딸한테 모계로만 유전되면서 조금씩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따라서 현재 지구 전체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종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정도를 조사하면 인류 최초의 어머니인 이브가 언제 탄생했는지 알 수 있다. 특이하게도 아프리카 인종 집단 내에서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유전적 다양성이 다른 대륙의 아시아인, 백인 집단보다 훨씬 높다. 이를 통해 동부 아프리카인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인류가 출현해 여러 갈래로 인종 집단이 나뉘고 이 중 일부 집단이 다른 대륙으로 진출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어 1995년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마이클 해머 교수팀은 남성을 통해서만 유전되는 Y염색체를 분석해 전 세계 남성이 18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아버지에게서 유래했다고 발표했다. ‘이브’에 이어 ‘아담’도 찾아낸 것이다.
흔히 현대인을 황인·흑인·백인종 등 3개의 인종 집단으로 나누지만 이는 피부색으로 나눈 것일 뿐 유전자로 보면 훨씬 다양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인류유전학자 브라이언 사이키스 교수는 2001년 ‘이브의 일곱 딸들’에서 전 세계의 미토콘드리아 DNA형을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퍼져 나간 33개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 중 유럽인은 7개 집단, 아시아인은 6개 집단이다. 그래서 유럽인은 7명의 딸로부터 유래했고, 동양인은 6명의 딸로부터 유래했다고 설명한다. 사이키스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자를 분석해 자신이 러시아 니콜라스 황제와 핏줄이 연결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 인물이다.
아프리카 기원론이 나오기 전까지 인류학계에서는 180만 년 전부터 각 대륙에 살던 직립 인간 즉 호모 에렉투스가 각각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어 오늘날의 다양한 인종 집단이 됐다는 다지역 기원론이 대세였다. 하지만 아프리카 기원론이 등장하면서 다지역 기원론은 퇴출 일보 직전까지 몰린 상태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발견된 수십만 년 전 자바원인의 두개골 화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현대인의 직접 조상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나만 하더라도 수십만 년 전 아시아에 살았던 자바원인이나 베이징원인이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의 직계 조상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내려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최초의 인류는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살았을까? 그 모습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16만 년 전의 가장 오래된 현생 인류의 두개골 화석을 통해 더듬어 볼 수 있다.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생물학자인 팀 화이트 교수팀은 동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강가 계곡에서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보이는 16만 년 전의 화석을 발견해 어른 2명과 어린이 1명의 두개골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2003년 발표했다. 아프리카 기원설의 가장 큰 약점은 DNA 증거는 있지만 화석 증거가 없다는 점이었다. 특히 10만∼30만 년 전의 인류 화석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잃어버린 고리를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이 중 가장 완벽하게 복원한 남자 어른의 두개골은 현대인과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다. 구인류는 원숭이처럼 눈썹 부위의 뼈가 툭 튀어나와 있지만 이 두개골은 덜 튀어 나왔다. 두개골의 크기는 현대인보다 약간 컸다.
화석은 발견된 지역의 말로 ‘형님’이란 뜻의 이달투를 붙여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로 명명됐다. 함께 발견된 수백 개의 석기와 물소 뼈를 통해 볼 때 이들은 복잡한 손도끼와 돌날로 하마나 물소의 살을 잘라내 육식을 했고 식물을 이용할 줄 알았다. 발견된 화석에는 두개골 이외의 뼈는 없었고 돌로 두개골에서 근육을 잘라내고 뇌를 꺼낸 것 같은 긁힌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식인 풍습인지, 두개골을 보관하면서 숭배하는 장례 풍습인지는 아직 알아 내지 못한 상태다. 식인 풍습이 아니라는 후속 결과가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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